2009년 04월 20일
548일 남장체험
전공서적을 찾아 딱딱하기 그지없는 법학도서관에서 만난 자극적 제목, 위트있는 표지, 페이퍼북스러운 적당한 가벼움. 이론적 이야기는 각설하고, 책은 꽤 유쾌하게 읽여내려간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컸기 때문에 우리는 여성의 차별을 눈에 띌 수밖에 없고, 이를 타파하려 노력할 수 밖에 없다. 2009.04.08-04.11 학교 법학 도서관 대출. 
동시에 여성을 숙녀 대접하고 앞장서서 계산서를 지불하는 전통적인 남성상을 기대했다.'
겉모습만큼이나 술술 읽히는 내용. 결국 바로 대출하고 말았다.
이 책은 페미니즘 서적은 아니다. '여성부'어쩌고 저쩌고 하며 반기를 들 필요도 없다.
허나, 그렇게 말할 사람이라면 읽기엔 좀 불편할 것이다. 읽으려 할 가능성도 없겠지만.
각자 맘에 안 드는 부분은 존재하겠으나, 남성과 여성 큰 저항감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단, 이 책은 절대적으로 미국적이라는 점은 유의.
페미니즘 이론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다.
성적 특성을 무시한 채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 기회를 주장한 초기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가부장제로 인한 남성의 여성지배를 탈피하고자하는 급진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마르크스, 사회주의 페미니즘 등. 아마도 우리 사회가 겪는 여성주의에 대한 혼란 대부분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안에서의 논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차별의 원인이 공적세계에서 여성의 진입을 가로막는 제약들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초반엔 그저 동등한 권리만을 주장하기 급급했고 그로 인해 '이상적 인간상'은 남성화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현재는 성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차이만을 두자는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성적 다름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결국, 여성에 대한 배려가 아닌 양성에 대한 배려.)
실질적으로 내가 도덕책으로 공부하던 시기엔 '양성평등'을 배웠다. '남성과 여성은 똑같은사람이다'
허나 요즘 학생들의 책에는 '양성화'가 대신 쓰여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개인이 양성의 장점을 고루 갖추자'로 변해버렸다. 똑같은 말을 표현만 다듬었다고 볼 여지도 있겠으나, 실은 상당히 다른 이야기다.
초반 단순히 남성의 심리등에 대한 호기심에서 남장을 시작하지만, 그 체험속에서 남성의 숨겨진 아픔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끝을 맺는다.
남장을 시작하는 부분(챕터1)과 남자의 우정(챕터2)를 다룬 부분은 흥미진진하지만 내 자신이 여성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문화가 다르기때문인지 성을 다룬 부분은 힘들었다. (우리나라는 스트립클럽이 없으니깐??)
챕터4에선 남자의 사랑을 다루는 데, 사랑이라기보단 초기 남녀의 데이트관계의 파워를 말하는 부분이 더 많지 않았나 한다. 그 이후로는 일, 남자의 자아에 대한 글인데 뒷심이 약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더 강화되어야 남성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큰 일인지 이해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다.
'남성이라는 성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사회적 굴레'에 대한 것을 작가는 체험으로 충분히 깨달았지만
읽는 여성의 입장인 나는 이미 여성의 사회적 굴레는 충분히 겪었지만, 남성의 사회적 굴레나 아픔은 체험할 일이 없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에만 관심을 가지므로 여성다움을 요구받는 우리 시대의 소녀만큼,
소년이 압묵적으로 강요받는 남성성에 대해선 우리는 당연시 여기거나 무관심했다.
또한, 소년을 넘어서청년과 남성이 겪는 사회적 굴레에 대해선 신경을 써주기보단 공격하기에 바빴지 않았을까.
요즘 학생들이 배우는 '양성성'을 설명하다보면 나오는 말이 있다. 남성에게도 여성적인 면이, 여성에게도 남성적인 면은 존재한다.
당연한 부분인데도 우리는 이를 간과하는 압묵적 성차별을 하고 있지 않는가.
# by | 2009/04/20 08:46 | book | 트랙백 | 덧글(1)


